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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서면 구형만으론 위법 아냐”

더로직 전문 기자·
대법 “서면 구형만으론 위법 아냐”

대법원은 서면 구형이 바람직하지 않지만, 피고인의 방어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되지 않았다면 판결 위법 사유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검사가 법정에서 양형 의견을 진술하지 않고 변론종결 뒤 서면으로 제출한 경우라도, 피고인의 방어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되지 않았다면 그 사정만으로 판결을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2025도10476 업무상배임 등 사건에서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이른바 ‘서면 구형’이 공판중심주의에 위배되는지 여부였다.

형사소송법은 공판중심주의와 구두변론주의를 전제로 한다. 판결은 원칙적으로 구두변론을 거쳐야 하고, 공판정에서의 변론도 구두로 이뤄져야 한다. 검사는 피고인신문과 증거조사가 끝난 뒤 사실과 법률적용에 관한 의견을 진술해야 하며, 여기에는 양형에 관한 의견도 포함된다.

대법원은 검사의 구형이 법원에 대해 적정한 형량을 주장하는 소송행위라고 봤다. 따라서 양형 의견은 원칙적으로 공판정에서 구두로 진술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은 서면 구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검사의 구형은 법원을 구속하지 않는 양형 의견에 불과하고, 절차상 문제가 있더라도 피고인의 방어권이나 변호인의 변호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된 정도에 이르러야 위법성이 인정된다는 취지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1심에서 불출석 상태로 공시송달 재판을 받았다. 이후 상소권회복청구에 따라 진행된 원심에서는 피고인이 출석했으나, 검사는 법정에서 양형 의견을 진술하지 않고 변론종결 뒤 서면으로 제출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방식이 공판중심주의에 비춰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검사가 서면으로 밝힌 양형 의견이 1심 구형 의견이나 1심 선고 형량과 다르지 않았고, 원심이 서면 구형 이후 변론을 재개해 피고인에게 반박 기회를 부여한 점을 고려했다.

결국 대법원은 원심 절차에서 피고인의 최후진술 절차가 형식화됐다고 보기 어렵고, 방어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됐다고도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번 판단은 검사의 구형이 원칙적으로 법정에서 구두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 다만 서면 구형의 위법성은 제출 경위, 시기, 내용, 피고인의 반박 가능성, 변론 재개 여부 등을 종합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한계도 함께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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