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대표회의서 '어린놈 발언', 대법원 '모욕 아냐'

대법원은 거친 감정 표현만으로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나온 거친 발언에 대해 모욕죄 성립을 부정했다. 상대방을 불쾌하게 하는 표현이라도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정도가 아니라면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다.
대법원은 2025도3012 모욕 사건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야, 야, 친구냐? 어린놈의 새끼가 어디서 건방지게”라는 발언이 형법상 모욕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형법 제311조의 모욕죄는 사람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 즉 외부적 명예를 보호하는 범죄다. 대법원은 모욕 여부를 상대방이 기분 나쁘게 느꼈는지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인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판단 기준에는 당사자들의 관계, 표현에 이르게 된 경위, 표현 방법, 당시 상황, 전체적인 대화 맥락 등이 포함된다. 개별 문장만 분리해 볼 것이 아니라 발언이 나온 배경과 성격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의미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입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피해자를 향해 문제의 발언을 했다. 원심은 해당 발언이 모욕죄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달리 봤다. 피고인의 발언은 피해자의 반말 사용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다소 거칠게 표현한 것에 불과하고, 객관적으로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정도의 모욕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일시적인 불만이나 분노감정의 표출, 관용적이거나 단발적인 욕설이 곧바로 형사책임을 수반하는 모욕 표현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표현은 경우에 따라 민사상 불법행위가 될 수는 있으나, 국가형벌권이 개입해야 할 영역인지는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대법원은 관용적이거나 우발적인 표현이라도 성별, 인종, 민족, 장애, 출생 지역, 성적 지향 등에 대한 차별이나 혐오에 기반한 공격적 표현이라면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이 사건 발언은 그 내용과 맥락상 차별·혐오 표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단은 모욕죄 적용 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기준을 다시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 다만 거친 표현이 모두 허용된다는 뜻은 아니며, 발언의 맥락과 수위, 차별·혐오 여부,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 저하 가능성은 사건별로 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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